프로그래머 실력과 FA 회사 (9년 차 개발자의 솔직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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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실력과 FA 회사 (9년 차 개발자의 솔직한 심정)



이 포스트는 2013년에 작성되었던 글의 댓글 중 하나입니다.


FA 분야에서 일하던 프로그래머 9년 차 분이 달아주셨던 글인데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자 별도의 포스팅을 남깁니다. FA 분야로 취업 준비, 또는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3. FA 9년 차의 솔직한 심정


FA에서 9년째 살아남은(?) 개발자 사람입니다.

확실히 FA 쪽에서 원하는 개발자의 자질과 학교에서 배웠거나 다른 쪽에서 원하는 개발자의 자질은 차이가 큽니다. 까놓고 말해서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실력보다는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와 순발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게 사실이죠.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일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프로그래밍 실력은 전혀 느는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하드웨어나 전기 쪽 지식은 상당히 늘었지요. (내가 프로그래머가 맞나 싶을 정도죠)


특히나 전기는 학교 졸업 시만 해도 전기의 전자도 몰랐는데, 이젠 어디 가서 전기전공자라고 사기 쳐도 어느 정도 먹힐 정도로 되었으니 말이죠. (계속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PC가 전혀 안 들어간 PLC 개발 프로젝트 경험까지 있으니 -_-;)


암튼, 장비가 문제 생겨서 라인이 1분만 멈춰도 수천만 원의 지연배상금이 얘기가 되는 상황에서 내 등 뒤에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갑'들이 한 8명 정도가 내 모니터를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상황에서 코딩해야 한다면요.


이쯤 되면 높으신 분들의 십 원짜리 백 원짜리 욕은 기본 BGM으로 깔아주시죠. 게다가 대부분의 FA 분야 라인에 관계된 일이 그렇지만 제대로 된 책상 따위도 사치입니다.


FA 분야 프로그래머 개발자


프로그램에 대한 실력보다는 그런 환경에서도 코딩해낼 수 있는 프로그래머로서의 대범함(?)과 가비지 코드를 쓰든 말든 예외처리는 모르겠고 어쨌든 최대한 빠른 시간 이내에 돌아만 가게 만들어 일단 그 상황은 넘길 수 있게 만드는 스피드가 생명이죠.


그나마 그 상황을 일단 넘기고 나서,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생성했던 가비지 코드를 제대로 된 코드로 수정하면 되는데, 회사 입장에선 어쨌든 우거지로 돌아가는 순간 일은 해결이 된(?) 상황이므로, 이후에 그 코드를 수정할 시간이 그 개발자에겐 주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가뜩이나 밥 먹듯이 하는 야근, 집에 더 늦게 가면서 수정하거나, 집에 가서 잠 안 자고 하면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열정은 이 바닥에 몇 년 구르다 보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죠. 열정이라고 적고 보니 부끄럽네요, 열정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 말이죠.


그런 기본적인 것 조차 손 놓아버리게 되는군요.

후배들에게 우리는 서바이벌 코딩을 한다고 자조적으로 얘기하고는 하는데,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FA 회사들 대부분이, 기존 인력의 문제 + 회사 문제 +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상승작용을 해서 문서화는 둘째 치고, 기본적인 개발 표준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팽배 하다는 게 참 슬픈 현실이네요.


우리같이 드라이버나 렌치 세트 없으면 일을 못 하는 FA 쪽 프로그래머들의 장점이라고는 앞선 이런 이유 때문에 프로그램 실력이 개판이어도 해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책상에 앉아서 편하게(?) 개발하는' 다른 프로그래머들에 비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에서 정년은 없다는 것입니다. 개발자로서의 장점이랄까요.


문제는 제 친구 하나는 얼굴 반쪽이 안면 마비가 온 뒤로는 다시는 FAB에 안 들어갈 거라고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고 스트레스로 생긴 병으로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하는 동생도 있고, 저 역시도 뭐 건강검진 받기가 겁나니 과연 그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라는 게 다른 쪽 프로그래머들에 비해서 길긴 한가 의문이네요.


아무튼, 이런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 분이 아니면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답이 없는 동네죠.


이 동네는;;


프로그래머 FA 분야 회사


고생 많으셨네요.

우선, 몸도 마음도 다치신 친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 그나저나 프로그래머 실력으로 인사 평가는 이뤄질 수 없는 분야가 맞네요. FA 분야는요.


얼마 전 임베디드 회사로 취업한 프로그래머 후배와 술 한잔 기울이며 그 녀석 회사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전문 임베디드 업체이기 때문에 그곳도 거의 사람에 들어가는 돈을 빼면 딱히 다른 곳에 돈 쓸 필요는 없더군요.


그 후배는 들어가자마자 회로 공부부터 했는데, 근무 환경이 꽤 부러웠습니다.


제대로 된 사내 시스템과 존경할만한 사수가 존재하고, 엔지니어의 창의력과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는 회사였습니다.


반대로 장비 회사 쪽을 바라보면 ... 너무 비교됩니다. 잦은 야근에 갑질을 즐기는 몇몇 대기업 직원에 개발자가 지녀야 할 능력 향상은 이미 물 건너간 환경 ...


프로그래머인데도 리펙토링이 뭔지 모르고 문서화는 근무 태만의 표출이랄까요.


심각하게 왜곡된 FA 분야의 개발자 근로 환경 자체에 이젠 환멸을 느낍니다.


FA는 피하라던 학교 선배들의 말이 틀린 거 하나도 없네요


프로그래머 실력과 FA 회사 (9년 차 개발자의 솔직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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