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 취업하고 보니 생각나는 것 - 동기 중에 개발자는 없다

개발자로 취업하고 보니 생각나는 것 - 동기 중에 개발자는 없다


프로그래머 입사 개발자 취업


5. 동기중에 개발자는 없다.


과거, 경력자 曰 - 더러워서 개발자 안 한다.

현재, 컴공 학생들 曰 - 더러운 꼴 당하기 전에 개발자 포기한다.

현재이자 미래, 중고등학생 曰 - 더럽고 호구 같은 개발자? 그런 거 왜 해 ㅋㅋㅋ.


학사 동기 중에는 개발자가 없습니다. 지난 2월(2012년 2월)에 우리 학교 대학의 컴공, 동기 + 선배 + 후배 몇몇과 만났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11명 모두 직업과 직군이 달랐습니다. 11명이 모였는데 11종의 직군에서 11개의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셈이죠. 참으로 신기합니다.


근데 왜, 컴공과 졸업생 중 11명 중 단 한 명만 개발자인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 왜, 이게 현실인가?


5-1. 씁쓸한 유머 하나

그런데도 컴퓨터 다루는 게 좋다며 자의로 컴공으로 진학하는 일종의 괴짜들이 가뭄에 콩 나듯 존재합니다.

씁쓸한 유머도 하나 있는데 소개해 드리자면,


C언어 문제를 풀다가 잘 안 풀리길래 내버려 두고, 친구랑 호프집에 가서 잘 안 풀리는 소스코드를 주제로,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문제점에 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듣던 호프집 사장님이 해결책을 제시해 주시더라.


그렇습니다. 듣기엔 웃기지만 씁쓸합니다.


프로그래머 학원


아무튼, 그렇다면, 제가 만났던 10명이 모두 이런 이유로 개발자로 나서지 않은 것이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전 포스팅(SW 개발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학생들마저 오염시킨 듯)을 통해서도 밝혔지만, 개발자로 성공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인 한계치가 지나치게 낮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그 가능성도 지나치게 낮습니다.


사회적인 처우가 지나치게 낮으니 과감히 전공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불합리한 처우를 받으면, 이 바닥이 원래 이래라면서 쉽게들 떠나갑니다.


중요한 건, 불합리한 처우가 과연 개선되었느냐? 네. 조금씩 개선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불합리한 태도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학교 선배 개발자가 말하길,


-개발자가 왜 개발자인지 이해를 못 하는 직장 상사 때문에 일거리가 쏟아진다.


-SW 설계 단계를 고딩들도 쉽게하는 말장난 수준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1시간짜리 일거리를 4개 제시하면, 개발자가 3시간으로 줄이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독 SW를 HW보다 더 높은 위치한 아주 위대한 것이라며 다른 분야를 내리깎는 사람들도 많다.


기타 등등, 사회적으로 인식과 처우가 바뀌는 과정이어도, SW를 다루는 부서의 높으신 분들의 시선이 바뀌지 않을 경우, 개발자들이 떠나야 할 회사들은 점차 늘어날 겁니다.


프로그래머 취업


바로 이 부분이 결정적으로 컴공 출신들이 IT를 떠나는 이유가 아닐는지요. 제 동기 중엔 개발자가 소수고 비단, 이런 현실은 저만 겪는 일은 아닐 겁니다. 10년 전엔 경력자가 IT를 떠났다면, 지금은 컴공 대학생들이 미리 IT를 떠나겠다 마음을 먹는 시대입니다.


요즘 시기에 개발자가 매력적인 직업이네 뭐네 하면서 기사를 띄워도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컴퓨터 공학과를 나와서 개발자를 포기하는 건, 적성이 맞지 않아서란 큰 이유도 있지만, 개발자로서 갖게 되는 사회적 부조리와 애니메이션 오타쿠, 담배 중독자, 더러운 사생활 등, 개발자들을 향한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정말로 먹고살기 위해 떠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먹고 살기 위해서 컴공을 나와 개발자를 포기한다는 사실이 참 슬픈 현실입니다. 그래서 미국처럼 워즈니악 같은 스타 개발자가 탄생해야 합니다.


5-2. IT 업계를 갉아먹는 불량 SI

사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는 부수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바로 아래죠.


-SI 중심으로 굳어진 IT 산업은 개발자에게 많은 파견을 요구합니다.

-SI 중심으로 고착화돼버려 4천짜리 프로젝트는 완성 후에 2, 3천짜리 프로젝트가 됩니다.

-유독, 각종 수당이나 인센티브가 없는 직종입니다.

-어디를 가나 월화수목금금금... 야근의 반복입니다.

-칼퇴근은 내가 무능하다고 광고하는 꼴입니다.


기타 등등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우리는 들어봤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IT를 버립니다. 이게 정말 핵심이죠. 그래서 저는 동기 중에 개발자란 직종 동료가 없습니다. 슬픕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취업


저는 취업을 위해 직장을 알아볼 때 절대로 들어가지 않을 회사를 면접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결정했었습니다.


1. SI 업체

2. 대기업 협력 업체 (말이 협력이지 피 빨아 먹히는 하청)

3. 연봉을 12 이외에 다른 숫자로 나누는 기업

4. 수당, 퇴직금 없는 기업

5. 개발자 4인 이하 기업, 4명 이상이지만 5년 차 이상이 없는 기업

6. 부장 이상급의 인사가 개발자 수명은 나이 40 이하라 말하는 기업

7. 기존 개발자는 있으나 나의 사수는 없다는 기업 (결국엔 SI와 연관...)

8. 회사 자랑만 할 뿐,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 기업 (간단한 팸플렛 조차)


오랜만에 면접 봤던 기억을 되살리려니 조금 힘드네요;; 결국엔, "아무 데나 일단 취업하고 경력 쌓자"는 옛말이고, 잘 알아보고 취업해야 합니다. 슬프죠.

그냥 취업하긴 힘들고 잘 알아보고 취업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렇게 사회 구조가 형편없으니 제 동기 중엔 개발자가 없습니다. 설령, 모호한 사람이 있어도 SI로 들어가 파견에 파견입니다. 그동안 더럽고 치사한 얘기들이 많이 흘러나왔었습니다.


그래서 더럽고 치사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고 개발자를 하지 않습니다. 기존 개발자들도 떠나는 판국에 신입들이야 오죽하시오리까.


그나마 대학원 동기들은 알아서들 좋은 기업에 취업했습니다. 지방대 석사 출신이란 그다지 높지 않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에 취업했습니다. 요즘 유령이란 드라마에 나오는 모기업에 취업한 동기도 있지요. 그 모기업도 요새는 사람이 없어서 인력난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학사 동기 중에서 개발자가 없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프로그래머 개발자 소프트웨어 취업 입사


정말 먹고 살기 위해 전공을 버리는 시대이고, 이 사회는 그것에 맞게 빠르게 변하질 못합니다. 그래서 저처럼 이미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5년, 10년 후엔 처우가 꽤 좋지 않을까 기대는 됩니다.


5-3. 문제는 이 사회

문제는 바로 이 사회죠. IT분야 인력이야 매년 줄어드는 추세인데, 실제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대한민국은 인력 부족에 시달릴 겁니다. 컴공과는 몇몇 학교만 빼고 사라지겠죠.


지금은 컴공과 대학생들이 전공을 포기하지만, 이제는 고등학생들이 컴공과 진학을 포기할 겁니다. 이미 공과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전국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카이스트를 나와서 의사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과거, 경력자 曰 "더러워서 개발자 안 한다"

현재, 예비 졸업생 曰 "더러워서 개발자 안 한다"

미래, 중고등학생 曰 "개발자? 그런 거 왜 해 ㅋㅋㅋ"


이게 현실입니다. 개발자가 웹에서 자료 검색하면 노는 거고, 디자이너가 웹에서 자료 검색하면 일하는 겁니다.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 인식이 이래요.


※ 여기서 말하는 동기란, 졸업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하고 친목을 유지하는 02~04학번들을 의미함

※ 2012년 6월 18일 최초 작성, 본인이 경험한 중소기업 기준으로 적은 글임. (직원 수 200명 ~ 10명, 연 매출 400억 ~ 60억)

※ 2012년에 쓴 글입니다. 지금의 제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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