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비전공+학원=프로그래머? IT 취업 현실


애정을 갖고 일하는 IT 분야인데 돈 잘 번다, 취업 잘 된다, 라는 이유로 아무런 애정없이 해보려는 사람들(문과 + 비전공 + 학원) 때문에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신입 진입장벽이 높고 낮고를 떠나 애정을 갖고 일하는 내 분야를 쉽게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건 당연합니다.


이제 10년차에 이른 나이인데 많은 사람들이 우습게 보고 도전하는 경우를 요즘 들어 더 빈번하게 목격합니다. 절대 그럴 분야가 아닌데도요. 지금도 부족한 실력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 주고 일정에 최대한 여유를 주려고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가끔 일을 합니다. 내가 만든 결과물에 후회하고 만족도 하는 입장에서 별다른 애정없이 "이거 할 만하죠?"라고 물으면 기분부터 나쁩니다.

IT 분야만의 이야긴 아니고 다른 신입 분야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취미로 법, 의학을 공부할 순 있지만, 전문가로 변호사, 판사, 검사, 의사가 되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개발자는 그중에서도 일부일 뿐입니다.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프로그래머, 관리자는 IT 분야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관리자도 아닙니다. 프로그래머 업무 중 하나가 코딩일 뿐이니깐요.


분명 프로그래밍에 학력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이는, 학원 몇 달 다니고 취업한 사람들이 4년제 대학 졸업자나 컴퓨터공학과 석박사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의 양은 상당히 많고, 현업에서도 지속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기에 십상이라는 점. 이는 즉, 4년의 노력을 뒤엎을 정도의 노력과 많은 공부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원 출신 비전공자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지 않을 거란 점입니다. 또 뒤집어 이야기하면, 좋은 대학 좋은 커리큘럼으로 길러진 인재라도 현업에서 게을러지면 누군가에겐 뒤처진다는 점입니다.



종합했을 때, 개발자(프로그래머)란 직종이 개나 소나 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직업은 아니며, 개발자 실력을 검증하는 것이 다른 직종에 비해 직관적이란 소립니다. 야구 선수 타율, 방어율, WHIP 만큼이나 결과물이 실력을 가늠하는데 직관적으로 나타납니다.


개발자가 유럽, 북미 지역에서 높은 대우를 받는 것은 그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됨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학원 몇 달 다니고 이상한 데서 경력 좀 쌓았다고 전공자들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스스로 지옥 불로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앞길과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먹고 살려고 개발자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일도 많고요. 굳이 개발자 프로그래밍이 적성에 안 맞으면, 애정과 흥미가 있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시면 됩니다. 지속해서 공부할 필요도 없고 매년 발전하는 기술 때문에 내가 금세 구닥다리가 되는 현실이 싫다면 말이죠.


최근 몇 년 전부터 IT 붐이 일며 코딩교육도 생겼고 국비지원 학원에 대한 지원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it 분야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적은 글에서 "쉽게 도전하는 만큼 쉽게 포기한다"라는 말을 했었는데요. 이게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1. 본인은 서울 중상위권 대학 문과 계열을 다니다가 예전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있었고, 파이썬 잠깐 해보니까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학원을 다닐 거다, 국비지원을 할거다 라는 분


2. it가 학벌을 별로 안 보고 취업이 잘된다고 들어서기 시작하게 됐다는 분


3. 비전공자여서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하면서 국비 지원은 좀 그래요.. 하는 분


4. 강사님이 수업하는 거 오류 없이 잘 따라치는데 코드를 짜라면 못 짠다는 분


it 분야가 학력(!=학벌)을 잘 안 본다곤 하나 경력 많은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대기업에 일하는 대다수, 일명 "좋은 IT회사"에서 일하는 대다수는 학력 좋아요. 기초 능력 10을 갖고 5년 일한 것과 기초 능력 1을 갖고 5년 일했을 때, 6년차인 그 둘의 차이는 상상보다 큽니다.


학력 때문에 맡는 업무가 다르고 회사 위치와 업무 난이도가 다릅니다.


역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같은 사람한테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없어요. 이는 IT 분야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너무 큰 환상을 갖고 IT 분야에 뛰어들어 포기하는 사람들이 안쓰럽습니다. 다들 자기 목표와 꿈을 갖고 인생을 투자하여 시작하는데, 솔직히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죠. 그런데도 안타깝습니다. 열정은 좋으나 그 열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는지 고민 안 하고 무턱대고 달려드는 사람이 많아요. (늘었어요)


이런 말을 하면, 문과 + 비전공 + 대기업 입사한 사람 보고 배 아파서 쓴 글이다, 아니면 학력 좋은 사람 뽑아서 데인 적이 없으니 세상 편한 소리 하는 거다, 이런 생각할 분들 있을 텐데요. 솔직히 설득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되니깐요.



마지막으로 저는 스타트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이직한 상황입니다.


업무 문화, 난이도, 사내 규정 등 천지 차이죠. 그리고, 대기업 입사와 함께 날아오는 "나도 개발자 할까?", "학원 3주 과정도 있던데?", "친척 동생이 컴퓨터는 잘 고쳐" 라는 류의 얼토당토않은 지인의 지인의 지인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열이 뻗쳐 이런 글을 쓸까말까 고민했었습니다.


근데,


1. 학력 낮으면 대기업 프로그래머 입사는 거의 불가능 (다만, 인맥으로 계약직 따는 사람은 많이 봄)

1-1. 고졸 대기업 프로그래머 있긴 있음. 스티브 잡스처럼 천재급이라 4년 정규 대학 과정이 필요 없는 천재가 99%.

1-2. 많은 사람이 천재란 점을 간과하고 학력에만 집중함

2. 쉽게 도전하는 만큼 쉽게 포기하는 사람 많음. 그 사람들이 IT 분야 프로그래머 욕 엄청나게 함

3. 학력 좋지만, 프로그래밍 실력 나쁜 프로그래머 있음

3-1. 학력 낮지만, 프로그래밍 실력 좋은 프로그래머 있음

3-2. 확률적으로 학력 좋을수록 프로그래밍 실력 좋을 확률 높음. 이건 신입에겐 절대적.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동갑인데 위와 정반대인 헛소리를 하길래 쓰기로 하고 썼습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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