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황후를 축출한 승자 사마륜, 태자 사마휼의 억울한 죽음 [6화]

가황후를 축출한 승자 사마륜, 태자 사마휼의 억울한 죽음 [6화]


원강 9년(299), 가황후는 미남자로 유명했단 반악에게 태자의 필체를 흉내 내 모반의 글을 쓰도록 한다.


"폐하는 응당 스스로 명을 끊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태자인 내가 대신할 수밖에 없다. 생모인 사숙비와 함께 날짜 안에 동시에 행하기로 약조했으니 의심하며 머뭇거리지 마라."


다음 날 아침, 가남풍 황제가 병이 났다는 이유로 태자에게 입조를 명했다. 가황후는 시비 진무를 시켜 술 3되와 대추가 가득한 쟁반을 들고 가 태자에게 마시게 했다.



반악, 미남으로 유명했던 서진 인물반악, 미남으로 유명했던 서진 인물



술을 잘 마시지 못하던 사마휼은 공복에 술을 마셨다가 실수할까 두렵다며 사양했다. 가황후는 당연히 질책한다.


"너는 어찌 이처럼 불효한가? 부모가 술을 내려도 마시지 않으니 술에 무엇이라도 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곧, 사마휼은 두려움에 술을 모두 마셨고 반악이 쓴 글도 그대로 베껴 썼다.

가황후는 이 글과 반악의 글을 진혜제 사마충에게 보냈고 곧바로 조정 긴급회의가 열렸다. 장화와 배위가 나서며 태자의 무고를 주장했으며 다른 대신들은 가남풍의 뜻이 그러한 것으로 이해한 나머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해 저녁 무렵까지 황태자 사사에 대한 결론을 내질 못했다.



투기가 심했던 악녀 가남풍. 가황후



이에 가황후는 태자를 서인으로 삼는 명을 내리고 이어서 태자의 아들 셋, 생모 사숙비, 측실 장준을 죽였다이듬해엔 모반을 꾀했다는 누명을 씌워 허창성으로 옮겨 수금했다. 당시 태자의 장남은 모진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황태자가 폐위되고 황태자 아들들이 잇달아 사망하자 동궁의 시위관을 지낸 사마아와 전중중랑 사의가 강력한 대군을 보유한 사마륜의 책사 손수를 만나 동궁을 복위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가황후는 흉포하고 투기가 심한 데다가 무도해 가밀 등과 공모해 태자를 폐했소. 지금 나라에 후사가 없어 사직이 위험하게 됐소. 당신과 조왕은 가씨 일족과 관계가 좋소. 왜 앞장서서 화를 복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오?"


가남풍 일족의 무도함이 지나치니 곧 변란이 일어날 것이며 천하가 뒤바뀌면 가씨 일족과 친밀하던 사마륜의 앞날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가남풍 가황후 서진 혜제가남풍 가황후 서진 혜제



손수는 곧 일리가 있다 판단해 사마륜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태자는 총명하고 사납습니다. 그가 복위하면 다른 사람의 통제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 태자를 복위시킬지라도 무슨 좋은 일이 있겠습니까? 

...

거사 일을 늦추십시오. 틀림없이 가황후가 태자를 해칠 것입니다. 태자가 죽으면 가황후를 쫓아내고 민심을 얻음으로써 철저히 화를 면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당장 거병할 수 있음에도 명분이 부족했으며, 장차 찬역을 하려면 또 다른 명분이 필요했다. 손수는 사마륜에게 이를 정확히 짚어줬다. 손수는 곧 황궁 내에 많은 사람이 가남풍 폐위, 황태자 복위를 원한다는 요언을 퍼뜨렸고 가밀에겐 황태자를 얼른 제거해 걱정거리를 줄이라 부추겼다.



진혜제 황후 가남풍가남풍 카드 게임 속 모습



가황후는 태감 손려를 시켜 독이든 음식을 허창의 황태자에게 강제로 먹이도록 지시했고 사마휼은 곧 사망한다. 사마륜에게 둘도 없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진혜제 영강 원년(300) 5월

조왕 사마륜과 손수는 당직을 서는 우위차비독 여화와 내응을 약속했다. 이전에 사마아를 사공 장화에게 보내 함께할 것을 권했으나 거절당한다.



황제가 되길 원했던 사마륜황제가 되길 원했던 사마륜



그렇지만 대사의 흐름을 바꿀만한 요소는 아니었다.


"중궁과 가밀 등이 나의 태자를 죽였다. 조왕은 입궁해 가황후를 폐하도록 하여라. 명을 좇지 않는 자는 삼족을 멸할 것이다!"


사마륜은 거짓 조서를 읽어내며 황궁으로 들어가 요소를 장악하고 제왕 사마경에게 황제를 보필하도록 명했다. 빠르게 황궁을 장악한 사마륜은 가밀에게 황제의 명으로 입조 조서를 내렸고 가밀은 입조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황후, 저를 구해 주시오!" 짤막한 비명을 남긴 채 살해된다.

제왕 사마경은 다시 가남풍을 찾아갔고 가황후는 놀라 고각 위로 올라가 동당 안의 진혜제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폐하가 저를 폐하면 폐하 또한 폐해질 것입니다!"


사마경은 곧 가황후를 붙잡아 궐내에 유폐했고 거사를 도모한 이들은 가씨 일당을 체포 후 도륙됐다.



진혜제 사마충 서진 황제어리석은 황제 서진 혜제 사마충



  • 조정 장악을 노리던 사마륜은 장화, 배위를 죽였고
  • 손수는 원한을 맺었던 해계의 집안 삼족을 도륙했으며
  • 사마의와 사마사를 흉내 내 사지절, 도독중외제군사, 상국, 시중이 되었다.


진혜제를 끼고 천하를 호령하기 위해 금군은 자신과 손수의 아들들로 채웠다. 문무의 대권을 손에 쥔 것이다.


일련의 작업이 완료되자 가황후에게 강제로 독을 탄 술을 마셔 죽였다. 이제 천하는 사마륜의 것이 되었다......기 보다는 사마륜을 조종하는 손수의 것이 되었다.




사마의의 아홉째 아들인 조왕 사마륜은 찬역의 뜻이 분명했다.


사마륜 조왕 사마의 아들[대군사사마의지군사연맹] 사마의 막내 아들 사마륜



그러나 조정은 장악했지만 각지의 제후왕들은 찬역의 걸림돌이었다. 회남왕 사마윤은 무제 사마염의 아홉째 아들로 황제 사마충의 이복형제다. 평소 병사들에게 존경을 받는 그가 걸렸던 사마륜은 명예직에 불과한 태위에 임명했으나 병권을 놓을 수 없었던 사마윤은 병을 핑계로 거절한다.


사마륜은 곧 그를 모함했고 조서를 내려 그의 중호군 인신을 거둬들이게 했다. 조서를 받은 사마윤은 그 속에서 손수의 필적을 찾아냈고 크게 화를 냈다.


"조왕이 우리 집안을 도륙하려고 한다."



사마륜 대군사 사마의대군사 사마의 속 사마륜 어린 시절



바로 좌우 7백여 명과 거병하여 낙양성을 향해 진격하며 크게 외쳤다.


"조왕이 오히려 모반을 일으켰다. 나는 장차 그를 토벌할 것이다. 회남왕을 편드는 자는 좌단左袒하라." (소매를 걷으란 뜻으로 누구 편인지 확실히 해라... 뭐 이런 의미)


사마윤은 혜제를 먼저 확보하려 했으나 상서좌승 왕여가 먼저 방비해 여의치 않자 사마륜이 머무는 상국부를 포위했다. 처음엔 사마윤의 기세가 등등했다. 무예가 출중했던 그는 사마륜의 호위병 1천여를 쓰러뜨리고 쇠뇌와 화살로 상국부를 공격했다.


가황후를 축출한 승자 사마륜, 태자 사마휼의 억울한 죽음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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