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소소업 즉위: 망국으로 치닫는 제나라와 하정영 [62화]


건원 4년(482) 3월, 위진남북조 시대 제나라. 무제(남제 무제 소색, 소도성 장남)는 유송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방관의 수탈을 막기 위해 보내던 검관(요즘으로 치면 감찰관)들이 지방관과 결탁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행태가 많아 검관을 폐지했다. 조세를 포함해 건강으로 보내지는 많은 물자의 징수 방법과 수량도 법으로 정했으며, 조세 제도를 성공적으로 개혁하여 남제 중앙 정부의 재정이 풍부해졌다.


그러나, 예서를 잘 써서 천하에 독보적이었고, 조정 신하들의 찬사를 듣던 망나니 황태자 손자가 있었다. 소색과 소장무(소색 아들 문혜태자, 소소업 친부)의 편애를 받던 소소업이다. 제나라 소색은 즉위하자, 소소업을 남군왕에 임명하여 식읍 2천호 받도록 한다. 당시 나이 10살이었다.

호적 위조 조사

유송 시기 또 하나의 폐단은 호적 위조였다. 가문의 수준에 따라 오를 수 있는 관직이 너무나도 뚜렷하였기에 출세하고자 하는 이들은 호적을 위조하여 명문가의 일원으로 인정받길 원했다.


영명 3년(480), 호적의 진위를 철저히 조사하자 양양의 당우지가 반란을 일으켰는데, 위진남북조 시대 남조의 중심지인 삼오 일대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이들이 많았다.


1년에 걸쳐 진압되긴 했으나 뜻밖에 반발이 크자 유송 시절의 위조는 눈감으나 남제 이후의 위조에 대해선 진위를 계속 조사하였다. 그렇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이미 위조된 호적으로 각계로 진출한 이들이 많았고 이들은 조사관들을 돈으로 매수했기에 사후 조사가 잘 이뤄지지도 않았다.


"연기가 제일 쉬웠어요" - 소소업


제무제 소색 사망, 망나니 소소업 즉위

영명 11년(493) 7월, 제나라 무제 소색이 소소업을 황태자로 지명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붕어한다. 바로 황태손 울림왕 소소업이 보위를 잇는다.


애초 소소업은 아버지 문혜태자가 요절했고 어릴 때부터 숙부인 경릉왕 소자량을 따라 움직인 까닭에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 소자량이 경성으로 가고 서주에 남은 소소업은 현지 부자들의 돈을 빼앗는 등 무뢰배 짓을 일삼자, 스승과 시독들은 70이 넘은 노인들이었는데 화가 닥칠까 두려워 자진했다.


소소업과 하정영 (출처 : 중국, 북경, 장안가에서)

위진남북조 시대 남제(南齊)의 세 번째 황제인 소소업이 황제가 되기 전에 먼저 남군왕(南郡王)으로 있었다. 하정영은 그때 미래의 황태자에게 시집온다.


제나라 남군왕으로 있을 때 소소업은 비교적 즐거운 생활을 보낸다. 종일 시정의 무뢰배들과 같이 어울려 놀았다. 소소업이 자기 하고 싶은대로 놀고 있을 때, 하정영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좋아하는 오락 활동은 오로지 한 가지였다. 침대 운동. 그녀는 항상 남편의 곁에 있는 남자들을 눈여겨보았고, 그녀의 눈에 들기만 하면 모조리 침실로 데려와서 패왕경상궁(覇王硬上弓)으로 관계를 맺었다. 그래서 이런 경우도 많았다. 금방 밖에서 소소업과 같이 술 마시고 놀았는데, 조금 후에는 부지불식간에 하정영의 침대 위에 있는 것이다.


하정영 상상도하정영 상상도

두 사람이 이렇게 놀고 있는데, 한 가지 좋은 일이 소소업의 머리 위에 떨어진다. 바로 황태손(皇太孫)에 봉해진 것이다. 그의 부친은 황태자(皇太子)였으나, 아쉽게도 단명하여 황제가 되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소소업은 황위의 직접 계승자가 된 것이다. 몇 년이 지나서, 소소업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황제에 오른다. 역사에서는 그를 제폐제(齊廢帝)라고 부른다. 하정영도 당연히 황후가 된다.


황제가 된 후에 소소업과 하정영은 더욱 사치한 생활을 즐긴다. 소소업은 겉으로 보기에 그거 먹고 마시고 노는 것만 할 줄 알았다. 뇌성마비아와 비슷했다. 그러나 그는 좋은 인간이 아니었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부친과 할아버지는 모두 그가 한 무파(巫婆)를 불러 무술로 죽였다고 한다. 큰 공을 세워서 소소업은 이 무파를 아주 잘 모셨다. 심지어 무파의 아들인 양민지(楊珉之)와도 아주 가깝게 지낸다. 양민지는 아무 능력이 없으나, 인물이 잘생겼다. 그래서 하정영의 마음에 들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는 양민지를 자신의 침대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하루는 정오에 하정영과 양민지가 침실에서 놀고 있는데, 소소업이 돌연 찾아온다. 하정영은 급한 나머지 양민지를 침대 아래에 숨긴다. 소소업은 하정영의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으로 의심을 품는다. 그래서 그녀에게 금방 무엇을 했는지 물어본다. 하정영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답한다.


금방 낮잠을 자는데 꿈속에 당신과 어수지환(魚水之歡)을 즐기고 있었는데, 당신이 들어와서 깨우는 바람에 일어났습니다.


그런 섹시한 이유를 듣자, 소소업도 바로 흥이 일어서 서둘러 침대 위로 올라가 그녀가 꾸던 꿈을 완성한다. 가련한 양민지는 한창 흥이 올랐다가 침대 밑에 엎드려서 남이 즐기는 것을 그냥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황후와 양민지의 관계는 거의 반공개적이었다. 같이 식사하고 같이 누워있다는 추문이 무성했다. 소탄지(蕭坦之)라는 사람이 진언해서 양민지를 죽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소업은 차마 그러지 못한다.


그는 양민지를 좋은 친구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신들이 계속해서 요구하고, 많은 사람이 양민지와 하황후의 간통사실을 고발하자, 소소업도 할 수 없이 소탄지에게 양민지를 참수하라고 명령하게 된다. 하황후는 그 소식을 듣고 급히 소소업을 찾아가서 간청한다. 소소업은 다시 양민지를 사면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사면을 지시했으나, 소탄지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사면령이 오기도 전에 양민지의 머리를 잘라버린 것이다.


양민지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나라 소소업은 소란(蕭鸞)에게 죽임을 당하고, 울림왕(鬱林王)으로 격하된다. 하정영도 울림왕비로 격하된다. 위진남북조 시대 사서에는 소소업이 죽은 후 하정영도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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