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본 비전공 학원 출신 개발자 2명 현실: it 성향 문제

저는 대학 시절의 아르바이트와 졸업 이후 사회생활을 통해 비전공 개발자분들을 많이 만나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비전공 프로그래머들은 중간은 없고 극과 극이었습니다. 이 글에선 제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다뤄보려 합니다. 여러 사람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길어지니 이 포스트에선 프로그래머 두 명만 언급합니다. 비전공 IT 취업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난생처음 만난 천문학과 출신 개발자

대학원생 시절,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기 위해 서울 모 지역의 회사에서 5일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회사는 창립된 지 갓 2년 차인 신생 업체로 전 직원은 4명이었습니다. 회사에선 지난 1년 이상을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내부 솔루션에 대한 문서화가 전혀 안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자리 잡기 시작해 직원을 늘려야 하는 시점이라 회사 내부에서 공유할 문서가 필요했었죠.

그래서 WPF로 프로그래밍하던 40대 개발자분이 약 열흘간 문서를 작성하셨습니다. 그러나, 문서는 있어도 문제고 없으면 더 문제라고 했던가요. 문서를 만들어 놓고 보니 일이 밀려 문서 검증할 사람(알바)이 필요했고, 저는 그 아르바이트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첫날, 저는 C#은 다뤄봤었기에 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고 출근했습니다. 이미 갖춰진 테스트 환경과 문서 출력본은 사회 경험이 없던 당시의 저에겐 미소 짓게 하는 사랑스로운 아이템이었습니다. 저는 매뉴얼을 따라 장비를 사용해 봤고, 몇몇 소소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기억으론 매뉴얼 자체가 워낙에 꼼꼼하고 핵심만 적혀 있었기에 한 시간 만에 장비 사용법은 숙지했었습니다. 첫날 오후부터 4일 후까지. 객체 지향 언어란 무엇인지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 소스 코드를 보고나니, 현업 40대 개발자의 수준이란 멋지다 못해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교과서로 접했던 이론이 그대로 코드화된 것을 보고 있자니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의로 이동"이란 비주얼 스튜디오 단축키를 계속 눌렀습니다. 그렇게 첫날 오후엔 그 소스를 바라보고 구조에 대한 설명과 대답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둘째 날이 되어서야 저는 그 40대 개발자분이 비전공 천문학과 출신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천문학과가 몇 개 없기에 대학교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객체지향다운 프로젝트 구조와 적절한 오픈 소스 배합으로 완성된 그분의 소스 코드는 너무 예뻤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프로그래머 비전공자에 대한 (실체 없는) 편견을 일거에 날려버렸습니다. 학교에서도 비전공자에 대한 이야기는 교수님들을 통해 종종 접했었는데, 제가 난생처음 만난 그분은 너무 존경스러웠습니다.


기초가 튼실하고, 객체 지향 언어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개발자의 소스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2009년 당시 제 인생 처음으로 만난 그분은 비전공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저에게 강하게 심어주셨습니다. 결국, 프로그래머에겐 전공과 비전공의 문제가 아닌, 그 사람에 대한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컴퓨터 공학 출신이라 믿기 싫은 컴공 졸업자

마지막 파트입니다. 이전 회사의 신입 사원은 C++이 객체지향 언어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 했습니다. 저는 심히 걱정되었죠. 대체 4년간 무엇을 했길래 이런 것도 모를까 싶어 기초부터 다시 챙겨보라는 조언만 했습니다.


이외에도 기초가 너무 부실해 컴공 출신이 맞는가 의심스러운 사람을 몇 명 겪어봤습니다. 물론 대학원 시절 조교를 하면서 전공을 살리지 않으려는 후배들이 보인 것도 사실이고요. 적성이 맞지 않으면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런 문제로 잘잘못을 가릴 생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겁니다. 그러나, 정말 개발자로 일하고 싶다면 기초는 챙겨야죠.


4년간의 학교생활을 마치고 나서 내린 결론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 느꼈으면 하고픈 업종에 대한 기초는 역시 챙겨야 합니다.



스레드를 남발해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진지하게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 소스를 고칠 생각은 해야 합니다. 돌면 그만이란 식의 막무가내 코딩은 앞으로 살아갈 날에 도움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대체 뭘 배웠냐는 말이 나올 정도의 신입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항변합니다. 근데 과연 그럴까요?


기초도 가르치지 않는 학교는 없습니다. 안 배웠다는 뜻은 배웠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경력자 중에서도 비전공자 같은 전공자가 있습니다. 이전 회사에선 이런 일이 있었죠.


▶ 40대 프로그래머 현실

"이거 const로 빼는 게 좋지 않나요? 어차피 반복적인 코드고 수정 사항도 없다면서요?"

"어차피 잘 도는 데 뭔 소리야?"

"지금 이 클래스 파일 라인이 천 줄이 넘어요. 중복 소스만 제거해도 봐야 할 양이 많이 줄잖아요."

"너... 이런 생각하는 것 자체가 회사 경비 깎아 먹는 짓이란 생각은 안 해?"


네....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40대 프로그래머와 말 안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길을 걸었죠.


결론적으로, 저는 비전공/전공 나누는 이유가 기초 지식과 그에 따른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여러 케이스를 종합하면 분명히 전공자가 더 잘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공자라 무조건 잘하고, 비전공자라 무조건 못 할거란 편견에선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이 문제는 사람 성향에 따라 크게 갈리니깐요. 


그렇다 해도, 제가 겪어본 비전공 학원 출신 개발자 중에서 중간은 없고 극과 극이었다는 것은 슬프네요. 이건 좀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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