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경, 양나라, 왕사정 물리친 동위 고징 - 위진남북조 85화

양무제 태청 원년(547) 9월, 양무제는 조카 정양후 소연명에게 15만의 대병을 주어 동위 토벌을 명한다. 소연명은 계책도 없고 황족임을 내세운 교만한 소인배였다. 처음 제장들의 반대에도 팽성을 공격했지만 함락시키지 못했고, 원군으로 합류한 동위 모용소종의 기습이 벌어지자 작은 손해를 입곤 겁에 질려 서둘러 철군한다.


사라지는 동위 영토. 점선이 바뀐 영역사라지는 동위 영토. 점선이 바뀐 영역

당시 모용소종은 양나라 곽봉의 진영을 급습했으나 실패했었다. 소연명은 예하 장수들이 잘 막아냈음에도 이것에 겁을 먹고 철군을 결정했었다. 이에 노련한 모용소종이 거짓으로 먼저 철군한다. 양나라 군대의 군율이 엄격하고 방비도 철저해 쉽게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내가 먼저 짐짓 퇴각하는 모습을 보여 적들이 쳐들어오도록 유인할 것이다. 너희는 기회를 보아 그들의 배후를 격살하라!"

양나라 군대는 동위군을 추격했으나 역습에 빠져 수만 명이 피살되는 대패를 당한다.



동위의 두필은 기세를 몰아 진격하지만 후경은 전략에 뛰어난 자였다. 모용소종은 와양의 후경을 공격하지만 특이하게도 후경의 군사는 짧은 갑옷과 단도를 들고 동위 병사들 대신 말의 다리를 마구 쳐 댔다. 동위 군사는 크게 동요해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국 모용소종은 초성까지 퇴각한다.


이에 동위의 곡률광, 장시현은 모용소종을 비웃으며 후경을 공격하지만 대패하고 장시현은 산채로 붙잡혀 버린다. 이후 양측은 몇 달 동안 대치한다.


양무제 태청 2년(548) 초, 모용소종은 후경의 부대에 이런 말을 한다.

"북방에 있는 너희 가족들은 조금도 해를 입지 않았다. 만일 북쪽으로 돌아가면 관훈 또한 이전과 똑같을 것이다!"

"만일 내 말이 거짓이라면 하늘이 나를 죽일 것이다!"

군량이 떨어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이 강해지자 사마세운 등 후경의 병사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모용소종에게 투항한다. 대세가 기울어지자 후경은 회수를 건넜고 그의 곁에는 고작 8백여의 병사만 있을 뿐이었다. 후경이 패한 후 양아인은 현호성을 버렸고, 양사달은 항성을 포기하자 동위는 이전 영토를 거의 모두 수복했다.


동위 효정제 무정 7년(549), 전연의 명장 모용각의 후손인 모용소종은 후경의 난을 틈타 거점을 점령한 서위군을 공격한다. 전세는 동위에 유리했지만 영천성 일대를 둘러보려던 모용소종에게 뜻밖의 일이 발생한다.


모용소종이 탄 배가 폭풍에 휩쓸려 영천성 쪽으로 밀려갔다. 서위군은 갈고리를 이용해 배를 끌어당겼고 모용소종은 마음이 급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익사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동위의 고징은 직접 11만 대군으로 영천성을 공격한다.


이후 1년여를 버티던 영천의 서위 8천 병사는 마침내 항복했고 왕사정은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다. 고징도 왕사정을 높이 사 예로써 대했으며 서위 출신 왕사정은 북제가 건국된지 얼마 되지 않아 병사한다. 후경으로 인해 발발한 삼국 간의 처음이자 마지막 전투였으나, 모두 얻은 건 없이 잃기만 했다.


후경이 고징에 패해 회하를 건넜을 때, 그는 사사로이 무력을 사용해 수양성을 지키던 위암을 죽이고 그 성을 차지한다. 비록 황실을 능멸하는 행태를 보였지만 양무제는 그의 군수 물자 요구를 수락하며 남예주목에 임명했으며, 미리 남예주의 자사로 임명해 두었던 소범을 합주자사로 삼는다.



이때부터 양무제 소연의 잘못된 결정이 잇달아 이어진다. 고징은 잃어버린 땅을 수복한 뒤 포로로 잡았던 양무제의 조카 소연명 등을 보내며 화친을 청한다. 무제는 크게 기뻐했고 대신들도 동위와의 우호 관계를 원했지만 사농경 부기만은 우려를 표한다.

"고징이 승리를 거뒀음에도 어찌하여 화호를 청했겠습니까? 이는 간계를 숨기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그와 강화하게 되면 후경이 의심하며 반드시 틈을 보아 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양무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무제가 고환의 장례식에 사신을 보내는 등 화친의 제스쳐를 취하자 후경은 불안해졌다.

"지금 폐하가 고씨와 화해하고자 하니 신은 장차 어디에 몸을 두어야 합니까?"

이내 동위로 가는 양나라의 사신을 붙잡은 뒤 가짜로 동위의 사신을 건강으로 보낸다. 가짜 사신은 소연명을 양으로 보내는 대신 후경을 돌려보내겠다는 내용의 조작된 서신을 들고 있었다. 양무제는 부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가짜 사신에게 수락한다는 답신을 보내니, 후경은 참지 못하고 거병 준비를 진행한다.

"나는 본래 소연이라는 늙은이가 흑심이 가득 찬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경에게 필요했던 것은 내부에서 호응할 인물이었는데 보통 6년(525), 황제가 되지 못한 불만을 품고 동위에 투항했다가 다시 돌아온 임하왕 소정덕이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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