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FA(공장 장비 자동화) 회사가 개발자에게 안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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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FA(공장 장비 자동화) 회사가 개발자에게 안 좋은 이유


이 글은 지난 2013년에 적었던 글 중 일부로 원래 글([프로그래머] 내 능력은 어떻게 증명할까? [링크])의 일부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따로 분리해 포스팅합니다.


원래 글은 전체 글자수가 12,000자 정도 되어서 도저히 놔둘 수가 없었습니다. 몇 개로 쪼개긴 했는데, 문맥이 흐트러질까 걱정이긴 하네요.


그리고 경험은 상대적입니다. 제가 안 좋은 공장 장비 자동화 회사를 다녀서 안 좋은 기억이 남았을 수도 있고, 원래 공장 장비 자동화 회사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건 경험과 주변 개발자 이야기를 얼마나 접했냐에 따라 다르겠죠.


이건 저의 이야기입니다. 무려 5년도 더 지난 이야기. FA 분야를 떠나며 적었던 글입니다.


9-3. 비상식이 상식으로 자리 잡은 FA 회사

회사에선 지향점에 대해 전 직원이 노력해야 합니다. 앞선 사례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저 현 상태에 머무르며 도토리 키재기하는 상황입니다. 공장 장비 자동화 FA 회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기도 합니다.


새로운 프로그래머 사원, 신입이건 경력이건 저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당황스러울 겁니다. 경력이 많다면 경험치 때문에라도 신입 개발자보다야 더 빠르게 완성도 높은 샘플을 만들었겠지만, 저런 식으로 맨땅에 헤딩하라는 업무 지시는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프로그래머 개발자 FA 공장 장비 자동화[FA 이직과 반도체 장비 제어 프로그램] 프로그래머 개발자 FA 공장 장비 자동화


오히려 새로 입사한 사원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데 애로 사항이 있고, 기존 회사 직원들 입장에서도 그 직원의 능력을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제작하려는 프로그램의 성격이나 다른 샘플 정도는 보여주고 나서 지시를 했었어야죠.


저렇게 일을 시키면, FA 회사 입장에선 2주 치 급여를 허공으로 날리는 셈입니다. 2주간 진행한 사항을 단 하루에 끝낼 수 있었음에도, 굳이 2주간 질질 끌어온 것입니다. 회사에서 진행할 건 OJT입니다. 회사에 재정적 타격을 주는 저런 짓이 아니죠.


9-4 피하고 싶은 상황

아이러니하게도, 계열사 다른 회사 개발자들은 정반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문서화도 꼼꼼하고 주석도 철저하고, 테스트 과정과 신입 사원 OJT까지 ... 꼼꼼합니다.

왜냐면 그 회사 상무님이 개발자 출신인데, 나이 50이 되어서야 영업에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달으셨습니다.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마어마한 실적을 쌓으셨답니다. 그리하여 ... 상무로 오르셨고, 계열사 개발자들 업무 환경을 고치신 겁니다.


헌데, 우리 회사 사장님과 위에 분들은, "잘 돌아가는데 왜 고쳐?"라면서 안 고치시네요. 이게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고쳐질 일은 없겠습니다. 근데, 정말 억울한 건, 다른 계열사 개발자(FA 분야)들이 나까지 그들처럼 기괴한 코딩을 하는 줄 알고 오해하는 겁니다.


그래서, 일부러 궁금한 게 있다고 하면서 내 소스를 보여주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 ...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거네요. 요즘 프로젝트 새로 시작하세요?"


이걸 계기로 나는 기괴한 코딩을 하지 않는 프로그래머라는 인식을 심어주긴 했습니다.


Siemens 고객사 현황[FA 이직과 반도체 장비 제어 프로그램] Siemens 고객사 현황


도무지 이런 환경에서 무슨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가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공장 장비 자동화 회사에서 좋은 프로그래머란 무엇이란 말일까요?


- 스파게티 소스를 짜도 돌면 그만이고,

- 팀 단위 작업이란 개념이 있어도 없는 거나 다름이 없어서 소스는 개판이고,

- 우리 팀이 만든 프로그램이 돌건 말건 인센티브는 항상 다른 팀이 가져가고,

- 고작 며칠의 테스트 일정 동안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함에도 못하면 무능력하다 비난받고,

- 개발자의 능력을 뭐로 평가하는지 알 수 없는 회사 시스템에,

모든 건 일단 돌면 그만이라는 식의 인식들까지....


상당수 개발자들은 나이가 차면 개발자를 포기하는 이런 시스템.... (자기 능력이 부족한 줄 알고 있어서 알아서들 그만둠) 나 자신이 언제까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스를 만져야 하는지 자괴감이 드네요.

9-5 비합리적인 FA 분야 프로그래머

사회에 나와서는 어떻게 해야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원이 될까 ... 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차이는 어느 정도의 직책이 있지 않는 한 극복하기 힘들다는 점도 느꼈습니다. 우리 회사 개발자들에게 사장님이 "닥치고 언어 바꿔"라고 말하지 않는 한 안 바꿀 겁니다.


FA 분야엔 FA에서 통용되는 인정받는 방식이 존재합니다. 그런 걸 견디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FA 업계에서 일하지 않는 게 상호 편하다는 결론이 듭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다녔던 공장 장비 자동화 회사에서 저에게 기대한 건,


- 문서 없이 작업 가능한 사람

- 밤새도록 코딩 가능한 사람

- 다른 사람 소스를 보고 잘 수정할 줄 아는 사람

- 컴공 출신의 PC 관련 문제를 잘 해결해줄 사람(전산실 직원 정도?) 기타 등등


IT 분야의 지식 산업 종사자를 구하려는 인식보단, 건설 현장 노동자 수준의 인식으로 저를 채용한 셈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맞겠죠. 판교에 있는 후배와 이런 얘기 하면 놀랍게도 서로 겪은 게 거의 비슷합니다. 결론도 비슷합니다.


"다시는 공장 장비 자동화 회사에서 일 안 한다". 뭐하러 여태까지 일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장비기업 2016년 반도체 매출비중 전망치[FA 이직과 반도체 장비 제어 프로그램] 장비기업 2016년 반도체 매출비중 전망치


ps. 2018년 오늘에 글을 조금 추가합니다. 저는 장비 회사 프로그래머로 약 3년 일했습니다. 반도체 라인도 들어가 봤고, 외국에 수출하는 장비 제어 프로그램도 만들어 봤어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왜 그런식으로 일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저는 사회 초년생 시절에 말투가 공격적이라 선임들에게 (술자리에서) 지적을 몇 번 받았습니다. 아마도 제 공격적인 말투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줬겠죠.


물론, 당시 장비 회사 프로그래머 분들도 본인들의 시스템이 비합리적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방치했던 건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요즘 우리 회사도 뭔가를 바꾸려하는데 경험자가 딱 한 명 뿐이라 공감대 형성이 잘 안 됩니다. 저도 잘 몰라서 유보적인 입장이고요.


이런 와중에 무조건 해야 한다, 안 하면 바보다, 등으로 공격적인 말투를 사용한다면 일단 거부감이 들겠죠.


글쎄요, 제가 다녔던 그 회사는 아직도 비슷할까요? 그건 모를 일이지만, 저는 아직도 FA 분야, 장비 자동화 분야에서의 경험이 되게 안 좋아서 추천하지 않는 편입니다.


장비 회사 다니다가 다른 분야로 이직할 수 없지만,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장비 회사로 이직할 순 있습니다. 기회 비용과 지식의 폭, 사회 보편적인 지식 등을 원한다면 장비 회사는 피하는 게 맞습니다. 특히 신입이라면요.


프로그래머, FA(공장 장비 자동화) 회사가 개발자에게 안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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