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는 나이가 들면 못한다? 이유는? (50대 취업 문제)

프로그래머는 나이가 들면 못한다? 이유는? (50대 취업 문제)


1. 회사에서 원하는 개발자

일반 솔루션 업체에서 근무하는 50대 개발자분들 종종 뵌 적이 있습니다. 전전 회사의 그룹사에도 40대 이상 개발자분들 많으셨죠. 오히려 20대에서 30대 초반은 꺼리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룹사 개발자들을 총괄하는 상무님께서 프로그래머 출신이라서 그런가 프로그래밍 노련하게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셨는데, 그게 딱 30대 중반 이후였습니다.


2. 50대란 나이가 아니라 주변 환경의 문제

좋은 글을 하나 봤습니다. kpug에 올라온 글인데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나이 들어서 못한다는 건, 사람의 문제라기보단 주변 환경의 문제입니다. 경영자들 입장에선 20대가 만들어낸 것과 40대 이상이 만들어낸 것이 똑같아 보이거든요. 그러니, 연봉 낮은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 합니다.


다행히 이건 예전 이야기고, 우리나라도 이제 전산 관련 역사가 쌓이며, 임베디드, 서버, 통신 등 일부 분야에선 나이가 많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도 생겼습니다.


그간의 경험으로 빨리 만들고 나서 쓰면서 고쳐가면 되는 게 있고, 처음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이상 없이 돌아가야 하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게 바로 임베디드, 서버, 통신, 금융 쪽입니다.


그리고 건설 쪽과의 비교도 많은데 개발자는 단순 기술직과 비슷합니다. 건설 쪽에서도 일반 기술자에게 집을 지으라 일을 맡기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IT 쪽도 학원에서 몇 달 배우고 코딩 몇 번 해본 사람에게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Old Coders When Programming Is a Second Career[50대 취업과 프로그래밍]


또한, 프로그래머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습니다.


1. 자신의 중요성을 알리지 않는다. 말을 해야 아는데 말은 안 하니 몰라요.


2. 사이비 개발자들. 실력보단 정치에 의존하며 별거 아닌 기술을 엄청난 비밀인 양 숨기고 안 가르쳐 주는 바보들입니다. 그런 걸 빨리 아래로 내려주고 자신은 더 높은 기술을 추구해야 합니다. 꼴불견 개발자라고도 하죠.


3. 전산 분야에 대해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는 최근에야 이뤄짐.


4. 국가가 전산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점. 모르는 존재에 휘둘린 개발자들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3. 휘발성 프로젝트를 원하는 회사

경력자를 소화하지 못하는 이 사회의 문제. 몇몇 SI도 그렇고 게임 회사 중엔 트랜드에 맞춰 한탕만 뛰어줄 값싼 인력만 필요로 합니다.

영속적인 뭔가를 만들기보단 휘발성이 강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경력자가 갈 곳이 줄어들고, 먹고 살아야 하는 개발자들은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연봉이 보장된 기획이나 영업으로 전향하게 되겠죠. 저는 휘발성 SI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SI라도 SI 전문 분야가 있다면 그곳 프로그래머들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휘발성 SI가 좋지 않은 것은 업무의 연속성이 없으므로 업무 다양성은 늘지언정, 업무 전문성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을 겁니다. 이는, 경력자에게 치명적입니다. (왜? 전문 분야가 없어서)


4. 신기술 소화 능력

신기술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데 나이가 많으면 소화하지 못한다는 편견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역사를 살펴보면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언어나 프레임워크를 개발한 건 대게 40대입니다. 20대가 아니죠. 30대도 아니고요. 대게 40대입니다.


EPL 기사를 읽다 보면 명장의 지략 대결이란 문구가 자주 보입니다. 주인공은 20대, 30대 감독이 아니라 60대 벵거나 40대 감독들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소화하지 못한다는 건 그냥 말장난이죠.


순전히 본인의 의지와 주변 환경의 영향입니다. 나이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기술은 없습니다.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들이 100%입니다.


개발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만 탄탄하다면 오히려 나이가 많다는 게 장점이 됩니다.


백투더 퓨처의 엔지니어[50대 취업과 프로그래밍] 백투더 퓨처의 엔지니어


5. 관리자가 관리를, 프로그래머는 개발을

너무나도 많은 회의가 문제라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나라 특유의 페이퍼 워크. 시간은 낭비하고 능률을 떨어뜨리는 회의와 보고가 너무 많습니다. 계획 - 보고 - 계획 - 보고 - 자료 보강 - 보고 - 계획 - 보고 - 계획 - 자료 보강...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의와 보고는 개발자를 어쩔 수 없이 관리자로 만듭니다.


개발자가 관리할 것은 회사 핵심 솔루션이지 신규 사업 아이템의 계획과 보고가 아닐 텐데요. 물론 일정 부분 참여할 필요는 있겠으나, 전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까요? 나이든 개발자를 기획자로 보고 끊임없이 회의 자리에 부르고 보고서를 요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차라리 관리자를 따로 채용해 그 직원에게 일임하는 것이 더 좋죠. 관리자와 프로그래머를 분리하지 못해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업체의 한계는 명확할 겁니다.


6. 이 회사 저 회사 직원의 나이

SI 이야기를 하나 더 해야겠네요. 갑이나 을에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직원들 나이가 얼마나 될까요? 여기서 답이 나온다고 봅니다. 그들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실무자가 불편해요. 병이나 정 이하 업체에선 알아서 커트하는 게 당연할까요?


7. 질보단 양

그동안 비정상적 SI를 중심으로 벌어진 기형적 산업 생태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한창 IT 버블이 절정이던 시기에 통신 3사는 하고많은 날 홈페이지를 바꿨고, 공공기관에선 하고많은 날 우리가 뭘 했다며 기사나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근데 지금 남아있는 게 뭘까요?


세금이 눈먼 돈이라 뭘 만들었다 이야기하면 끝이고, 통신 3사는 원래 유지보수가 잘 안 되는 게 홈페이지라며, 소스를 자주 버렸습니다. 질보단 양으로 커버되는 기업 환경이 정착된 상태에선 나이 많은 개발자가 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8. 개발자에게 실력이란?

실력이란 무엇일까. 그동안 정량적으로 개발자를 평가할 기준이란 게 희미했습니다.


다행히 70년대 출신의 프로그래머분들이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시며, 실력 좋은 개발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최근에 출시되는 소프트웨어 검증 툴도 시대가 변했음을 증명하는 뜻으로 이해가 됩니다. 주관적으로 실력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전엔 그렇지 못했죠.


9. 프로그래머 정년? 


늙은 프로그래머의 일하는 모습[50대 취업과 프로그래밍] 늙은 프로그래머의 일하는 모습


제 생각엔 개발자로의 삶이 싫증 날 때, 실질적인 은퇴가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위 사진처럼 저도 늦게까지 일하고 싶습니다. 단, 저 할아버지처럼 정장에 넥타이 매는 것은 사양합니다.


프로그래머는 나이가 들면 못한다? 이유는? (50대 취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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