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 학원출신 개발자와 일해본 이야기 2개

비전공 학원출신 개발자와 일해본 이야기 2개


아래 링크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첫째. 장비회사에서 만난 프로그래머들


저는 장비 회사 몇 곳에서 재직했었습니다. 이곳에서 개발자로 전향한 분들의 이유 몇 가지를 들었습니다.


1. HW 다루다 SW에 빠져 전직.

2. HW 개발자로 들어왔으나 회사에서 SW를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전직.

3. 하도 취직이 안 되어서 국비 지원 학원출신, 학원을 통해 취업. (자바 보름짜리)


1번의 케이스에 해당하는 분은 본인의 꿈을 좇아 과감한 선택을 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습니다. 자비로 컴퓨터 공학 전공 교재를 사서 공부를 할 정도로 개발자에 대한 욕심이 큰 분이셨습니다.

얼마 후 그분은 결혼을 하셨는데, 집에서 계속 공부를 하셨는가 그건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팀 내부 기술 세미나 시간에 하는 말씀을 들어보면, 프로그래머로서 공부에 대한 욕심이 참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그분의 나이가 지금의 제 나이쯤 되겠네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당시의 그분처럼 용기를 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의욕이 넘치고 열정적이셨죠.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었지만, 그분의 열정과 노력은 분명히 본받아야할 것입니다. 학원출신이란 게 문제가 아닙니다.


비전공 학원출신 개발자와 일해본 이야기 2개[비전공자 SI] it 취업 이후


2번의 케이스에 해당하는 분은 최악이었습니다. 모 장비 회사의 바로 위 선임이었는데, 잘못된 상식이 너무 많아 사사건건 충돌이 일어났었으니깐요. 몇 가지만 언급해 보죠.


소스 분석 : 그대로 타이핑해라.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손으로 소스를 쓰며 이해해라. (너무 괴이한 방법)


문서화 : 어차피 머릿속에 있고, 당장 생각이 안 나더라도 언젠간 생각난다. 이런 걸 왜 문서로 남기느냐? 시간 낭비다. (협업의 개념이 없기에 발생한 문제)


SW 개발 이론 : 미국 중심이라 한국 정서에 안 맞다. 우리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창한 걸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최소한 소스에 주석은 달고 수정 사항은 이메일로 공유하며, 사용한 dll 정보는 공유하자는 것. 저로선 동문서답이라 많이 당황함)


묻고 답하기 : 구현된 기능에 대한 소스를 주제로 묻고 답하는 것은 가능하나, 기능 구현 단계에선 묻고 답하지 마라. 쪽팔리지도 않냐?....라고 말하심.


정말 최악의 학원 출신 프로그래머였습니다. 기계과 출신인 그분은 대학 시절에 코딩을 조금 해봤는데 그걸 이유로 개발자로 전향하게 되니 컴퓨터 공학과란 학과 자체를 굉장히 무시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쓸모없는 학과라는 둥 제 자존심과 수십만 컴공인을 무시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죠.

근데, 그분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처음에 화를 냈고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재직 중엔 그분과 업무적인 이야기만 나눴습니다. 그분을 싫어했었죠.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 보니,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당시 회사 개발자는 그분과 저 딱 둘이었습니다. 무려 10년 가까운 세월을 혼자 일하다 불과 몇 년 전부터 함께 일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전 직원 - 1년 재직

본인 - 1년 반 재직

이후 직원 - 6개월 재직


고인 물은 쉽게 정화되지 않습니다. 3년 동안 3명이 퇴사했습니다.


학원 출신으로 혼자 일해오며 자기만의 사고에 갇혀 다양한 생각과 더 좋은 것을 알아볼 시야를 잃었습니다. 사내 정치적인 면에서도 자신의 것을 잃지 않아야 하는 상황도 종종 목격되었습니다. 이런 좋지 않은 상황이 동료 직원의 근속 연수를 극단적으로 낮췄고, 회사에선 프로그래머 신규 채용에 대한 비용 지출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누구나 할 순 있는데 너무 어리면 안될듯[비전공자 SI] it 취업 이후


비전공자임에도 개발자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간 혼자 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일하는 상대방이 이해할만한 수준의 업무 환경은 있어야 합니다. 왜 그토록 자신이 만든 세상에만 갇혀 안 나오려 했는지 안타깝습니다. 이것도 사람 성향의 문제입니다. 좋은 것을 좋다고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는 전공/비전공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 성향의 문제입니다.


이어서 2번째 케이스. 이건 할 말이 없습니다. 지금도 화만 납니다. 신입이었는데, 3~5년 일하고 나중에 사업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문제는 그 신입, 고작 며칠 만에 퇴사했는데 지금 뭐 하고 사나 모르겠네요. 고작 보름이란 시간만을 투자했기에 버리기도 참 쉬웠겠죠. 이게 문젭니다. 국비 지원 학원의 근본적 문제가 이겁니다. 정말 잘하고 싶은 사람과 대충 하다 힘들면 때려치울 사람 구분이 안 돼요.


둘째. 기초가 약했던 인문대 출신


저는 정부 과제라는 것을 장비 회사 다니던 시절에 해봤습니다. 대전의 어느 연구원분들과 함께 일했었는데, 그분들의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목적이 분명하다 보니 결과물도 분명했고 정말 제대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덕택에 밤샘 작업이 뭔지도 알았고, 프로그래머 협업의 개념이 뭔지도 더욱 확실히 깨닫게 되었었죠.


큰 그림을 그리고 코딩하는 습관[비전공자 SI] it 취업 이후


결론적으로 당시의 경험이 참 좋았습니다. (밤샘 빼고)


근데, 모든 정부 과제가 그렇지 않더군요. 보여주기식에 급급한 과제에 참여하면 안 좋은 면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 부분은 생략. 주제에 맞지 않기에...)


기초가 약한 학원 출신 팀장을 만나면 팀원 전체가 고생입니다. OS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공자인 팀장과 일하게 되었는데, 지극히 당연한 증상임에도 OS 문제를 포함한 주변 문제를 언급하고 이를 공론화 시키는 과정에서 겪는 팀원들의 불만은 그 회사를 떠나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훈련되지 않은 아군은 적군보다 무섭다."


프로그래머인 팀장 본인이 계속 이해를 못 하기에 보고서는 무조건 길게 써야 하고 주변 상황은 반복해서 몇 번이나 설명하고, 비슷한 유형의 문서 또한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팀장 본인이 이해를 못 했기에 임원진에 제대로 설명을 못해, 설명의 몫은 다시 현업 담당자에게 내려옵니다. 이 과정은 아주 괴롭습니다. 업무의 난이도도 파악하지 못하기에 몇 명의 인원에게 업무를 분장할지도 모르니 기간은 당연히 산출되지 않았죠.


한다 해도 소용이 없죠.


전에 개발자가 보면 암 걸리는 동영상을 보고 크게 공감했었습니다. 네. 말이 안 통하면 뭔 말을 해도 소용이 없고, 그저 업무만 늘어날 뿐입니다.


비전공 학원출신 개발자와 일해본 이야기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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