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프로그래머) 이직 이유 4가지 (퇴사 사유)

요즘 어느 회사 건 30대 초중반 개발자 없다고 하소연하는 곳이 많습니다. 40대 개발자 수는 충분하고, 20대 신입도 어느 정도 채웠는데 한창 일할 30대가 없다는 것이죠. 저 같은 30대는 왜 부족할까요? (왜 퇴사할까요?)


이 내용은 다른 포스트로 대체[30대 프로그래머 부족 이유 [클릭]]하며, 여기선 이직 이유 이야기만 적습니다.


이직 이유 1. 따르고픈 개발자의 부재

전 직장엔 40대 프로그래머가 없었습니다. 한 분 계셨지만, 관리직 업무 병행하느라 개발자로 일하는 것으론 안 보였습니다. 저는 40대 이상 개발자가 어느 회사에나 충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높은 생산성 / 기술은 연차 낮은 개발자들이 보고 배워야 하기 때문에요. 기술이 좋다는 건, 회사 수익 상승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어서, 저와 같은 4~8년 차 개발자들은 사회에서 기대하는 바가 이렇습니다.


인제야 혼자 결과를 낼 수 있겠구나

신입 시절의 어리바리한 모습에서 벗어나 어떤 업무를 맡기면 혼자서도 능숙히 해결할 수 있는 단계로 봅니다.


근데, 문제가 저는 여전히 40대 이상 프로그래머들의 경험과 프로그래밍 노하우를 알고 싶어요. 개발자로 실력이 멈춰야 할 단계가 아니라, 더 성숙하고 더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해야 합니다. 그럴 역량이 갖춰진 시점입니다. 정말 혼자 하기도 하지만, 본격적으로 그런 단계에 진입하는 시점입니다.


근데, 역량을 갖추려면 동료 개발자, 즉, 40대 이상 노련한 개발자분들이 있어야 합니다. 함께 일해야 합니다.


혼자서 어떤 결과를 내놓기도 하겠으나, 그 결과를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내려면 이 시기가 중요합니다. 내가 나이가 들어 팀의 중추가 되고 다른 개발자들을 이끌어 갈 위치가 된다면, 이때의 경험이 중요할 겁니다.


이때 좋은 경험과 따르고픈 프로그래머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야 하죠. 누군가 나를 끌어준다는 의미보단, 내가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의 부재랄까요? 패키지 솔루션 업체엔 불특정 다수의 회사를 상대로 일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클겁니다.


30대 프로그래머 이직[30대 직장인 퇴사 이유]


이직 이유 2. 회사에 대한 불만

전 회사는 패키지 솔루션과 거리가 먼 정부 과제 전문 수행 업체입니다. (다른 것도 하는데, 개발자들 데리고 하는 건 과제가 전부) 모든 회사가 그렇진 않으나 이런 회사들은 아래 같은 단점이 있습니다.


  • 일단 돌면 그만이다
  • 비전? 당장 수익이 최우선


소스 품질보단 과제 완료 보고서가 목적입니다. 경영자 입장에선 회사를 꾸려나가기 위해 수익이 필요하고, 어떻게든 수익을 내어 직원들 월급과 부대 비용 처리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도 과제나 SI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요. 문제는 그 속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들입니다.


프로그래머 이직[30대 직장인 퇴사 이유]


회사 사정은 공감하나, 나의 비전이 불확실하다면 회사의 사정보단 내 사정이 급해질 수밖에요.


제가 전 회사에 가졌던 가장 큰 불만은 비전입니다.


그 회사 30대 개발자는 저를 끝으로 거의 사라졌고, 40대 개발자도 거의 없었으며 일은 신입 사원들이 주도했습니다. 패키지 솔루션을 만들어보자는 사장님의 말씀은 공허한 메아리로 느껴졌죠. 경력자들 줄줄이 나가는데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연봉은 그대로고 복지는 매년 줄었으며, 경력자들 자리는 스물네 살, 스물여섯 살 신입들이 채웠습니다. 신입들에겐 죄가 없습니다. 그들을 원망할 마음도 없고요. 그저 과제만 가져와 어떻게든 수익만 올리려는 회사 방침이 싫었습니다.

이직 이유 3. 일에 대한 보람

이전에 장비 회사를 다닐 땐 보람이 있었습니다. 기구, 전장,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이 장비를 만들고 저는 장비에 장착될 패널 PC 프로그램을 제작했죠. (UI 및 장비에 부착된 각종 센서와 장치 제어용) 그 장비를 고객사에 가져가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선 제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고, 사용자가 "잘 쓸게요, 고생 많이 하셨네요"라는 말을 해주면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행복했달까요?


이 기분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한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기업, 그리고 기업이 존재하는 지역까지, 제가 만든 프로그램이 기여한다는 그 뿌듯함. 일종의 쾌감이기도 한데, 그런 감정이 제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직 이유 30대 프로그래머[30대 직장인 퇴사 이유]


근데 최근 회사는 만족하게 해야 할 대상이 공공기관 연구원입니다.


그들은 상용화될 장비 제작에 욕심이 없습니다. 그저 자기 이력에 들어갈 텍스트가 필요했을까요? 일에 대한 보람이 전혀 없었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프로그래머했나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이 모든 게 오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몇 달 전, 정부 과제의 비용이 지나치다는 신문 기사를 봤습니다. 예. 맞습니다. 필요 없는 과제는 정리해야죠.


이직 이유 4. 체계화된 시스템

이전 장비 회사를 떠난 이유, 최근 과제 전문 회사를 떠난 이유도 이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체계화 된 프로그래밍 과정, 제품 출시, 유지보수 방법을 써먹지도 못하고 머릿속에 묵혀두고 있었죠.

다행히 이번엔 전문 패키지 솔루션 업체로 이직해 체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오랜 시간 패키지 솔루션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겐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 높은 연봉과 더 좋은 복지를 제시한 장비 회사가 있었기에 그곳의 면접을 봤고 최종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체계화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코드 리뷰에 대해 질문하니, 업무가 많아 못한다는 대답을 들었으며, 소스도 압축하여 관리한다더군요. 인천과 서울의 큰 장비 회사였는데, 저는 매우 실망했습니다. (소스를 날짜별로 압축해 보관만 한다는 뜻)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로 조금 더 다양한, 그리고 체계화된 시스템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물론 새로 이직한 회사도 연봉이나 복지가 낮은 것은 아니나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러나, 좋은 시스템 안에서 좋은 경험을 쌓는다는 것이 과연 조금 더 높은 연봉과 조금 더 높은 복지로 충당될 수 있을까요. (이러나저러나 프로그래머 미녀 도우미 복지가 제일 좋은 듯 [클릭])


30대 프로그래머 개발자 이직[30대 직장인 퇴사 이유]


좋은 시스템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은 나중에 좋은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좋은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더 높은 연봉으로 이어질지 모르겠죠. 합리적인 사고와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체계화 된 시스템 속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며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저에겐 중요한 이직 이유입니다.


체계화된 시스템.

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짜 개발자가 아닌 진짜 개발자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관련 글


30대 남자 재취업 문제 및 국비지원 IT 교육과 이직 직장 고민


IT 잦은 이직 사유 4 고집불통이 아닙니다 (기회와 전문성)


구직자를 위한 헤드헌터 사용설명서 (프로그래머 취업과 이직)



ⓒ written by yowon009



댓글(2)

  • 공감
    2017.01.21 23:30

    그 풋풋한 죄없는 희생양인 20대 신입부터 살인적인 개발 스케쥴을 소화하며
    꾸역 꾸역 구글과 stackoverflow를 지기삼아 사수 없이 혼자 아득바득 깡으로 커나가고 있는
    30대 개발자로써 심히 공감가는 글입니다. 한국의 개발 시장은 암울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 없네요.
    가끔 유지 보수 업무를 하다보면 어찌 개발자라는 사람들이 이따위로 로직을 짜놨나 싶은 것도 많이 보고 한편으론 이해도 되고
    고객들은 껍대기와 그저 이 기능이 잘 되는 것 오류가 안나는 것만으로 판단할 뿐이고 업체는 과업만 완료하고 돈만 받으면 되고 어떻게든 인력이 쉬지 않고 돌아가도록 계속해서 프로젝트는 한 사람에게 3개 4개 씩 떤지고
    그러니 정작 쓸만한 좋은 솔루션들은 해외 솔루션들이 세계 시장을 주무르지 않나 싶어요.
    체계없이 눈앞의 수익을 쫒지 않고는 살아 남을수 없는 이 시장 구조 자체가 문제다 보니
    한국을 떠나지 않고는 진정 체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개발하는 것은 꿈같은 얘기 같네요.

    • 2017.02.07 09:49 신고

      쩝... 힘든 분을 또 만나게 됐군요.

      저도 남의 로직을 보면서 한숨을 쉰적이 많은데, 이해가 간다는 님 말씀에도 공감이 가요.

      왜 그럴수밖에 없었을까... 그분의 답답함이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고 이 일이 좋으니 끊을 순 없겠어요 ㅎㅎ 화이팅~ 입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