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개발자, 여성이란 핑계로 IT 떠나지 마라
- 블라블라
- 2019. 3. 21.
컴퓨터공학과(컴공) 졸업하고 신입 개발자가 되었으나, 적성 문제로 IT 분야 떠나려는 분 이야기입니다. 모든 IT 업계 여자 개발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여자라서 더 힘들다는 식의 이야기는 해선 안 됩니다. 어느 커뮤니티에서 퍼온 글인데 하소연(?) 먼저 읽어볼게요.
어느 여자 개발자 적성 핑계 글 (출처 : 데브피아)
현재 전문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컴공이다 보니 3년제 첫 졸업생이고요. 조그만 회사에서 PDA용 응용 소프트웨어나 게임 개발하고 있어요. 아니 아직은 수습사원이니 그냥 견습생 정도죠.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래머가 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 부터 공부를 시작했지만, 또래 다른 친구들 보다 조금 잘할 뿐이지 그렇게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 개발자로 취직되었답니다. 나름대로 회사생활 잘했습니다.
참고로 저 여잡니다. 여자 개발자입니다.
근데 정말 IT 업계 프로그래머라는 직업.
여자가 하긴 힘든 일 같아요. (???????)
- 밤샘 근무도 많고
- 신경 써야 하는 일도 많고
- 공부도 계속해야 하고
저도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왠지 저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나중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반 사무직으로 취업 나가는 친구들보다 급여가 비슷하거나 적습니다.
아무래도 일반 사무직이 프로그래머보다는 스트레스도 덜 받고 맘이 편할 거 같아 지금 전공을 포기하려 합니다.
IT 업계 프로그래머로 생활하면서 맘이 편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다고 하지만 회사 일 끝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질 못합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실력이 모자라서 오는)로 멍하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학교 다닐 때 보다 훨씬 피곤합니다. 근데 만약 제가 프로그래머를 하지 않고 급여 수준이 비슷한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다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교수님들께서는 충분히 제가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지만 전 너무 스트레스받고 피곤합니다.. ㅠㅁ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공을 포기하면 제가 후회할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무척 고민됩니다.. ㅠㅁ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
그리고, 여자면 밤샘 근무 못 하고, 신경 쓰는 일 못 하고, 공부도 못 하나요? 자기 비하도 모자라 우리 엄마까지 싸잡아 여성 전체를 비하하네요. 한심한 사람의 한심한 글입니다. IT 업계 여자 개발자? 개발자란 타이틀도 아깝네요.
우리 엄마는 개인 사업하느라, 지금도 컴퓨터 엑셀 공부하십니다. 개인 사업자다 보니 직원도 없어서 혼자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사업 특성상, 저녁에도 전화가 오는데 식사하다가 전화 받으러 밖에 나가시기도 해요. 이런 훌륭한 우리 엄마까지 "여자라서" 못 한다고 비하합니까. 한심하네요.
저런 식의 글을 적을 정도면 포기해야 합니다. IT 분야를 위해서도 의욕도 없고, "여자라서" 라며 여자를 무기로 갖은 핑계를 대는 썩어빠진 사고의 소유자는 없는 게 나아요. 아마, 사무직으로 옮기면 "여자라서" 사무직 힘들어요~~ 라며 징징댈지 모르겠네요.
아무리 적성이 맞지 않고, 상상만큼 좋지 않은 회사에 입사했다고, 이걸 "여자라서"라는 이유를 댈 순 없어요. 밤샘근무 남자는 하겠습니까? 잦은 야근으로 폐 잘라낸 IT 업계 개발자 그분. 남자입니다. 여자라서 야근 / 밤샘 근무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이라서 못 하는 겁니다.
아마, 일반 회사 사무직 진입 장벽을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것도 착각이죠. 세상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할 거 없으면 "영업이나 해야지"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제 영업하는 분들 이런 말 되게 싫어해요. 물건 하나 팔아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할 거 없으면 영업한다? 말도 안 돼요.
윗글을 적은 여자 개발자는 단단히 착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엔 스트레스가 따릅니다. 개인이 발전할 때 더 큰 스트레스가 생기고요. 스트레스 없는 삶은 없습니다. 삼국시대엔 뒷산 호랑이 곰 표범 늑대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며 살았을 겁니다. 그러니 고려 시대에 혼욕 문화가 생긴 거죠. 전투 능력은 남자들이 높다 보니 여자들 지키려고 가까운 곳에서 목욕한 겁니다. 한데 뒤섞여 목욕한 건 아니고 ...
어쨌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증상 소유자는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겠죠.
- 일반 사무직에선 느낄 수 없는 IT 분야 전문가 느낌
-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지만 오래도록 월급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의 느낌
- 편하지 않은 만큼 더 높은 연봉
이런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스트레스, 공부의 종류만 다를 뿐이지 사무직도 나름 힘듭니다. 특히 월말만 되면 바쁘고, 매년 바뀌는 법과 규정 때문에 공부할 거 많습니다. IT 업계 프로그래머만 꾸준히 공부할까요? 다른 직종도 마찬가집니다.
반대로, 사무직 부장님이 여자 개발자 투덜대는 글을 읽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엄청 짜증 날 겁니다.
- 전문직 아니라서 그만둘게요
- 편한 줄 알았는데 복잡한 게 너무 많네요. 그만둘게요
- 또 교육받아요? 그만둘게요
- 노하우가 왜 이렇게 많아요. 그만둘게요
사무직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었다가 그만두는 사람들 핑계입니다.
밤샘 근무는 IT 업계 프로그래머라 많은 것도 아니고, 사무직이라서 없는 게 아닙니다. 어느 분야 어느 직종이 건 다 힘들고 계속 공부해야 하며, 때로는 야근에 밤샘도 겪게 됩니다. 모든 여자 개발자가 그렇진 않겠지만, "여자라서"를 전제로 붙이는 일부 사람들 정말 짜증 나요. 니네가 뭔데 우리 엄마 포함한 여성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나요?
비하는 자기 자신으로 그치고, "여자라서" 보다는 "나라서"로 전제를 바꾸세요. 너만 못났지 존경받을 여자분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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