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족의 나라 전진 - 황권 강화나선 부견 왕맹 39화

위진남북조 시대 전진秦은 부씨符씨 황제들이 다스린 나라다.


전진의 특징은 건국에서 멸망까지 지나치게 참언에 휘둘리는 경향이 짙었다는 것이다. 부견의 조부 부홍의 성은 원래 포蒲씨로 "초부응왕草付應王"이란 참언에 따라 성을 바꿨다. 포홍은 하남에서 거병했으며, 부견의 백부 부건은 황시 2년(삼진왕을 칭하던 당시의 연호, 352) 황제를 칭했다.


[위진남북조 전진 부견] 전진 초기 영토. 나중에 문제가 되는 호뢰 지역[위진남북조 전진 부견] 전진 초기 영토. 나중에 문제가 되는 호뢰 지역


부홍(부견 할아버지)은 이후 66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며, 세자 부건(부견 큰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중원은 너희 형제들이 능힘 점거할 곳이 아니다. 관중의 형세가 좋으니 내가 죽은 뒤 서쪽으로 진격해 이를 취하도록 하라!"


환온의 2차 북벌 이후 부건은 몰래 관중 일대를 공격해 동진의 장수 두홍과 장선을 격파하고 장안을 도성으로 삼았다. 이미 독립 상태나 다름없었으나 서류상으론 동진 신하였다.



동진 영화 7년(351), 동진의 관직을 버리고 문서상의 독립을 선언한다.


황시 2년(352), 칭제를 했으며, 황시 4년(354)엔 환온의 북벌군을 대파하고 근거지를 튼실히 하였다.


부건(부견 큰아버지)은 내치에도 힘써 부역을 줄이고 유학을 숭상하는 정책을 펼쳤으나 즉위한 지 4년 만인 황시 5년(355) 5월에 사망한다.


[위진남북조 전진 부생] 애꾸눈 황제. 무력은 갑![위진남북조 전진 부생] 애꾸눈 황제. 무력은 갑!


태자가 보위를 이으니 그가 포학한 군주 애꾸눈 부생이었다. 환온의 2차 북벌 당시, 단기 필마로 환온의 1만 보병을 대파하는 등 무력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던 그였다. 하지만 부생은 즉위한 이후 사람을 무자비하게 살육했다.


그 이유도 어이가 없었다.


  • 유흥이 지체된 것에 화가 나 활을 쏘아 죽이고,
  • 백성을 다독이라는 중서감의 말에 하늘의 뜻을 따른다며 황후 양씨와 보정 대신들을 죽이고,
  • 직언을 아끼지 않던 뇌약아와 아들, 손자를 죽이고,
  • 황궁에서 대신들을 불러 놓고 술을 마셨는데, 술을 마시지 않는 신하가 있으면 권주를 담당하는 관원을 쏘아 죽였다.


[위진남북조 전진 부견] 저족 출신, 전진 황제[위진남북조 전진 부견] 저족 출신, 전진 황제


가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 지나치게 술을 권하는 부생에게 옳지 않다고 간하는 황태후 강씨의 동생 강평의 머리를 뚫어버리고,
  • 황족인 부황미는 강족의 추장 요양을 죽이는 등 대공을 세웠다. 하지만 부생은 그를 모욕했고, 이에 부황미는 독립을 꾀하다 발각되어 다른 황족들과 죽임을 당한다.


부생은 즉위 초, 장안에서 나돌던 동요가 즉위 이후에도 계속 신경 쓰였다.


"동해 대어가 용이 되니, 남자는 왕이 되고 여자는 공주가 된다네. 어디가 낙양 성문의 동쪽인지 물어보게나!"


부생은 어씨 성의 대신이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어준을 비롯해 그의 7명의 아들과 10명의 손자를 몰살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자 동해왕이자 부생의 사촌 동생 부견은 좌불안석이 되었다. 하루는 부생이 술을 마시는 도중 곁에 있는 시녀에게 말했다.


"부법 형제(부법은 부견의 형)가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받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내일 그들을 죽여 버리고 말겠다."


시녀는 곧장 궁을 빠져나가 부법에게 알렸고, 부법과 부견은 장사 3백 명을 동원한다.


곧 낙양으로 들어가 어림군을 제압하고 부생의 목을 친다. 이때가 수광 원년(355) 5월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부견의 휘하에 뛰어난 책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 그가 부견의 곁에 있었다.




동진 저족 부견 환온[위진남북조 시대] 383년 전진, 동진 영역



황제가 된 부견은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조의 석호 시절, 사예교위였던 서정은 사람을 식별하는 눈이 있어 유명했다. 부견이 여섯 살이던 어느 날, 길에서 놀고 있었던 어린아이가 서정의 눈에 띄었다. 서정은 특출한 아이란 생각이 들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얘야, 여기는 큰길이다. 아이들이 놀다간 붙잡혀간단다."


"관리가 붙잡아가는 것은 죄인이지, 아이들은 안 잡아갑니다."


이에, 서정은 좌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아이에게는 왕자, 패자가 될 상이 있다." (위진남북조 시대 흔한 뻥처럼, 이것도 뻥일 가능성이 높음)

처음, 부견이 즉위했을 때 황권은 그리 탄탄하지 못했다. 아래 소개할 일화는 왕맹이 주인공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부견과 왕맹 공동주연이다. 미리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대로 연기했던 것으로 황권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다.


여튼, 연극의 시작은 이렇다.


기 : 와~ 난 황젠데 힘이 ㅈㄴ 약하네. 열받는다.

승 : 가족들 힘이 너무 강해서 내가 약한거네?

전 : 왕맹아. 믿을 건 너희 밖에 없다. 너희 한족에게 중요한 관직을 모두 맡기겠다.

결 : 다음화에서 계속


황권 강화한 전진 부견, 왕맹, 모용선비 영웅 모용수 [40화]저족 출신 황제 부견, 그는 저족 권세를 누르기 위해 왕맹을 비롯한 참모진과 고심한다


◆ 황권 강화를 위한 연극

한족이 중요한 자리를 독차지하자, 저족의 번세가 왕맹에게 따졌다.


"우리가 애써 경작하나 너희는 곡식만 먹고 있다!"


"그대는 나를 위해 경작하는 것도 아니고 취사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화가 난 번세가 왕맹에게 욕을 했다.


"내가 반드시 네 머리를 잘라 장안 성문에 매달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 세상에 살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부견이 대로한 나머지 왕맹에게 말했다.


"이자를 죽여 없애야만 조정의 규율이 제대로 잡힐 것이오."


이때 번세가 궁으로 들어와 진언했으나 부견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위진남북조 전진] 왕맹, 부견의 최측근[위진남북조 전진] 왕맹, 부견의 최측근


왕맹[325-375], 자는 경략. 진나라 북해 사람으로 위진남북조 전진의 대신. 이부상서, 보국장군 등을 역임한 명재상왕맹[325-375], 자는 경략. 진나라 북해 사람으로 위진남북조 전진의 대신. 이부상서, 보국장군 등을 역임한 명재상

화제를 돌려 왕맹에게 이같이 물었다.


"나는 양벽에게 내 딸을 주고 싶은데 그가 어찌 생각할 듯싶소?"


번세가 발연히 화를 냈다.


"양벽은 제 사위가 될 사람으로 이미 오래전에 정혼한 바 있습니다. 폐하는 어찌하여 그에게 공주를 시집보내려는 것입니까?"


그러자 왕맹이 소리를 높여 번세를 질책했다.


"폐하는 천하의 주인인데 어찌 감히 사위 문제를 놓고 폐하와 다투려는 것인가?"


번세가 왕맹을 때리려고 하자 좌우에서 급히 말렸고 부견은 마구간으로 번세를 데리고 가 목을 치게 했다.


이런 일화로 보건대 부견과 그의 참모들은 황권 강화를 위해 여러 방법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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